러시아 제국의 붕괴와 소비에트 연방의 형성과 해체
러시아는 차르 체제에서 시작해 1917년 혁명으로 공산주의 국가 소비에트 연방을 수립하고, 냉전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이후 1991년 해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현대사는 극적인 전환의 연속이었다. 이 글은 러시아 제국부터 현대 러시아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정리한다.
차르 체제와 제국의 팽창
러시아는 16세기 이반 4세(이반 뇌제)에 의해 차르라는 황제 호칭이 사용되며 제국의 기틀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이후 로마노프 왕조가 17세기부터 통치하면서 중앙집권 체제가 강화되었고, 피터 대제(표트르 1세)와 예카테리나 2세는 유럽화를 통해 군사력과 행정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러시아 제국은 유럽에서 아시아, 극동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였고, 오스만 제국, 스웨덴, 나폴레옹 프랑스 등과의 전쟁을 통해 유럽 내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팽창은 내부적으로 농노제 강화, 민족 억압, 제도적 경직성을 초래하였고, 19세기 후반부터 근대화가 더딘 체제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알렉산드르 2세의 농노해방령(1861)은 진보적인 개혁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반동적 통치와 사회 불평등, 정치적 탄압은 지식인과 민중의 급진화를 불러왔다. 산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 말부터 사회주의 운동이 확산되었고, 노동자와 농민을 중심으로 한 체제 전복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은 국민과 군대의 충돌로 러시아 황제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시켰으며, 이어진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은 군사적 실패와 경제 붕괴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차르 체제를 붕괴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1917년 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의 탄생
1917년, 러시아에서는 두 차례의 결정적인 혁명이 일어났다. 2월 혁명에서는 노동자와 병사, 민중이 주축이 되어 니콜라이 2세를 퇴위시키고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는 수 세기 동안 유지된 차르 체제의 종말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임시정부는 전쟁 지속, 토지 문제 해결 실패, 권력 분산 등의 한계로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같은 해 10월,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당은 무장 봉기를 통해 임시정부를 전복하고 소비에트 정부를 수립하였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 정권이었으며, 자본주의와 대립되는 새로운 체제의 실험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레닌은 전시 공산주의, 신경제정책(NEP)을 통해 경제 재건을 시도하였고, 토지 국유화, 산업 통제, 소비에트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였다. 1922년에는 여러 공화국들을 통합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 이하 소비에트 연방)을 창설하였다. 레닌 사망 이후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계획경제, 농업 집단화, 대숙청 등 강압적인 통치가 본격화되었다. 수천만 명이 정치적 이유로 숙청되거나 강제노동소로 보내졌으며, 이에 따라 공포 정치와 인권 탄압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중공업 발전과 군사력 강화는 소련을 세계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과의 동부 전선을 통해 연합군 승리에 큰 기여를 하였고, 전후에는 냉전의 핵심 축으로 미국과 세계 질서를 양분하게 되었다.
냉전 시대와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1945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은 미국과 함께 냉전 시대를 주도하였다. 동유럽 국가들을 위성국으로 편입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WTO)를 통해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응하였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통제와 계획경제 체제가 유지되었으며, 언론의 자유나 정치적 다양성은 억압되었다. 1960~70년대 브레즈네프 시기에는 일정한 경제 성장과 군사적 균형이 유지되었으나, 1980년대 들어 체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이 심화되었다. 고르바초프는 이를 타개하고자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도입하였지만, 정치적 혼란과 경제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각 공화국들은 독립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1991년 쿠데타 시도 이후 결국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은 독립국가로 전환되었으며, 세계는 단극 체제로 이동하게 된다. 현대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집권 이후 권위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으며, 서방과의 긴장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불러왔고, 러시아는 과거 소비에트의 영향력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근현대사는 전제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권위주의가 교차하는 복잡한 궤적을 그려왔다. 이 과정은 인류사에서 유례없는 실험이자, 동시대 국제정세 이해를 위한 필수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