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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통일과 현대 정치: 도시국가에서 공화국까지

by notes0696 2025. 6. 15.

이탈리아 통일과 현대 정치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지였으나 중세 이후 분열된 도시국가 체제를 유지해왔다. 19세기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통일을 이루었으며,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 파시즘 정권, 공화정 수립을 거쳐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였다.

고대 로마의 유산과 중세의 분열

이탈리아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 왕정과 공화정, 제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제국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었고, 법률, 정치, 건축, 군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5세기경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이민족과 제국, 교황령 등이 뒤얽힌 분열된 공간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중세 동안 이탈리아는 통일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베네치아, 피렌체, 제노바, 밀라노, 나폴리 등 각기 독립된 도시국가로 나뉘었다. 이 도시국가들은 상업과 해양 무역으로 번성하였고,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인문주의, 미술, 건축, 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으며, 이탈리아 전역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적 꽃을 피운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정치적 통일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각 도시국가는 서로 경쟁하며 외세와 동맹을 반복하였고,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등 외국 세력의 개입은 더욱 이탈리아의 분열을 고착화시켰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독립된 국민국가가 아닌 외세와 귀족이 지배하는 파편화된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리소르지멘토와 통일 국가의 탄생

19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열기가 확산되면서 이탈리아에서도 통일 국가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다. 이를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 부흥)’라고 하며, 이탈리아 통일 운동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통일 운동의 중심 인물로는 사르데냐 왕국의 총리 카밀로 카보우르(Cavour), 민병대 지도자 주세페 가리발디(Garibaldi), 민족주의 사상가 마치니(Giuseppe Mazzini) 등이 있었다. 이들은 각각 외교, 군사, 대중 운동의 방식으로 이탈리아 통일을 추진하였다. 카보우르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동맹을 맺어 오스트리아를 견제했고, 가리발디는 남부 이탈리아를 해방하며 북부와의 통합을 주도하였다. 1861년, 사르데냐 왕국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왕국이 선포되며 통일이 시작되었고, 이후 베네치아(1866)와 교황령 중심의 로마(1870)가 차례로 합쳐지며 이탈리아는 완전한 통일 국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도 지역 간 경제·문화적 격차는 심각했으며, 남부 지역은 오랫동안 ‘이탈리아 내의 식민지’로 불릴 정도로 소외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왕정 체제를 유지했으며, 산업화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농촌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이었지만 전후 혼란과 경제 위기로 인해 파시즘이 부상하게 된다.

 

무솔리니의 독재, 공화국 수립과 현대 정치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는 ‘로마 진군’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고, 파시스트 독재 정권을 수립하였다. 그는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언론과 의회를 장악하며 전체주의 국가를 구축하였다. 무솔리니는 제국 회복을 주장하며 에티오피아 침공, 알바니아 점령, 나치 독일과의 동맹을 추진하였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탈리아는 연합군에 패배하였고, 1943년 무솔리니는 축출되었다. 이후 이탈리아는 왕정 폐지와 함께 국민 투표를 통해 공화국으로 전환되었으며,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공화국 수립 이후 이탈리아는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였고, 유럽 경제 공동체(EEC, 현 EU)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서유럽 경제 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1950~70년대에는 ‘이탈리아 경제 기적’을 경험하며 제조업과 디자인, 패션,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정치는 불안정하였다. 잦은 정권 교체, 부패, 마피아의 영향력, 극좌·극우 테러 등으로 인해 이탈리아 정치는 '혼란의 정치'로 불렸다. 1990년대 초 ‘깨끗한 손’ 수사로 정치권 전반의 부패가 드러났고, 기존 정당들이 몰락하면서 제2공화국이 열렸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EU, NATO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청년 실업, 남북 격차, 극우정당의 부상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긴 역사 속에서 예술, 철학, 정치, 건축 등 인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역사는 단순한 정치적 통일을 넘어서, 지역성과 다양성 속에서 공존을 모색해온 역사였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실험장이자, 유럽 정치와 문화의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