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수천 년의 문명을 간직한 나라로, 무굴제국 이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이후 간디를 중심으로 한 비폭력 독립운동을 통해 1947년 독립을 이룩하고,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였다. 본 글은 인도의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민주국가 형성 과정을 살펴본다.
무굴제국과 영국 식민지배의 시작
인도는 고대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하여 마우리아 왕조, 굽타 왕조 등 찬란한 고대 제국을 거치며 오랜 역사를 지녀왔다. 이후 이슬람 세력의 침입과 정복을 통해 인도 북부는 무슬림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고, 16세기에는 바부르에 의해 무굴제국이 수립되었다. 무굴제국은 인도 전역을 통일하고, 중앙집권적이고도 문화적으로 융합적인 제국을 구축하였다. 특히 아크바르 대제 시기에는 종교 간 관용정책과 행정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제국의 번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무굴제국은 점차 세력이 약화되었고, 이 틈을 타 영국 동인도회사가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플라시 전투(1757년)를 계기로 벵골 지역을 장악한 영국은, 이후 수십 년간 인도 전역을 점령하며 식민지 체제를 확립하였다. 1857년에는 세포이 항쟁(Sepoy Mutiny)이라 불리는 대규모 반란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 이후 영국 정부가 직접 인도를 통치하는 ‘인도 제국’ 체제로 전환되었다. 영국은 철도, 통신, 법률 제도 등 서구식 근대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이는 주로 영국의 이익을 위한 구조였으며, 인도인들에게는 경제 착취와 정치 억압의 시기로 기억된다. 전통 산업의 붕괴, 빈곤의 심화, 사회 계층의 분열 등 식민 통치는 인도 사회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간디와 비폭력 독립운동
20세기 초, 인도에서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그 중심에는 마하트마 간디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한 간디는 '비폭력'과 '불복종'을 원칙으로 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영국의 법과 세금에 대해 평화적으로 저항하며,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 운동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30년 소금 행진(Salt March)이 있다. 간디는 영국이 독점한 소금 생산과 판매에 항의하며 240km를 도보로 행진하였고, 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운동은 단순한 물질적 저항을 넘어, 인도의 자주성과 존엄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남았다. 이외에도 간디는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힌두-이슬람 화합, 여성 참여 확대 등을 통해 독립운동을 국민적 운동으로 확장시켰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급진적인 독립파와 무슬림 분리주의, 지역 민족주의 등 내부 갈등도 병존하였다. 특히 무함마드 알리 진나가 이끄는 무슬림 연맹은 힌두 다수 중심의 독립 인도에서 이슬람 소수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국가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종교적 긴장 속에서 인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맞이하였지만, 동시에 비극적인 분단도 경험하게 된다.
분단과 독립,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전
1947년 8월 15일, 인도는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였고, 동시에 파키스탄이라는 별도의 이슬람 국가가 분리되어 탄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 대이동을 하였으며, 종교적 충돌과 학살이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파키스탄 분단은 이후 수차례의 전쟁과 국경 분쟁, 핵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으며, 현재까지도 민감한 외교적 이슈로 남아 있다. 독립 후 인도는 자와할랄 네루의 주도로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1950년에는 헌법이 제정되어 공화국으로 전환되었으며, 다당제, 보통선거, 권력분립 등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 인도는 종교, 언어, 인종, 계급의 다양성이 매우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화로운 방식으로 정치적 경쟁과 사회 통합을 유지해왔다. 경제적으로는 농업 중심에서 점차 산업화로 이동했으며, 1991년 이후에는 외환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을 도입하였다.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정보기술(IT) 산업 육성, 시장 개방 등을 통해 인도는 세계 경제의 주요 신흥국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특히 벵갈루루를 중심으로 한 IT 산업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카스트 제도, 빈곤, 여성 차별, 힌두-이슬람 갈등, 지역 불균형 등의 사회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최근에는 힌두 민족주의의 부상과 종교 갈등의 격화가 우려를 낳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질적 후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지속적인 정치적 실험과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문화·다종교 사회의 가능성과 복잡성을 모두 보여주는 독특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