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에도 시대의 폐쇄적 봉건 체제에서 근대화를 이룩하고, 제국주의를 통해 동아시아를 지배한 후,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점령기를 거쳐 오늘날 민주주의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국가로 발전하였다. 이 글은 일본 근현대사의 흐름과 전환점을 조명한다.
에도 막부와 쇄국정책의 끝자락
17세기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수립함으로써 일본은 약 260년간의 평화와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이 시기는 ‘에도 시대’라 불리며, 전국시대의 혼란을 정리한 후 봉건적 질서와 무사계급 중심의 사회가 정착되었다. 중앙집권 체제는 아니었지만, 쇼군이 실권을 장악하고 다이묘(영주)들이 지방을 통치하는 방식으로 일본 사회는 안정되었다. 에도 시대는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웠다. 가부키, 우키요에, 하이쿠, 번역문학 등 독특한 일본 문화가 꽃을 피웠으며, 도쿠가와 체제는 도시화, 교육 보급, 인쇄물 유통 등으로 민중 문화를 확산시켰다. 그러나 이 시기 일본은 철저한 쇄국정책을 통해 외국과의 교류를 차단했다. 단, 나가사키를 통한 네덜란드 및 청과의 제한적 무역은 유지되었다. 19세기 중반, 세계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서구 열강이 아시아로 확장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이끄는 흑선 함대가 일본에 내항하여 개항을 요구하였고, 이 사건은 에도 막부의 쇄국정책에 결정타를 날렸다. 결국 1854년 미일 화친 조약 체결로 일본은 강제 개항하였고, 이를 계기로 국내적으로 막부 체제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균열이 심화되었다.
메이지 유신과 제국주의 시대의 부상
1868년, 도쿠가와 막부는 결국 무너졌고 메이지 천황이 즉위하면서 '메이지 유신'이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을 서구식 근대국가로 변모시키는 급진적인 개혁이었다.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 정부를 수립하며, 근대적 군대와 교육제도, 산업화를 추진하였다.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 식산흥업”을 내세워 강력한 국가 건설을 추구했다. 근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고,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며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급속히 확장하였다. 특히 러일전쟁의 승리는 아시아 국가가 서양 제국주의 국가를 처음으로 이긴 사례로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일본은 조선병합(1910), 대만 통치, 만주 진출 등 본격적인 제국주의 정책을 실행하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내부에서는 민주주의적 열망이 높아졌고, 다이쇼 민주주의라 불리는 시기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곧 1930년대 들어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로 전환되며 무산되었다.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침략적 확장은 동아시아 전역에 막대한 고통을 안겼다. 결국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와 소련의 참전, 일본 본토 공습 등으로 인해 일본은 연합국에 항복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되었다. 이로써 일본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길을 끝내고, 전후 세계 질서 속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패전 이후의 재건과 기술 강국으로의 변모
패전 후 일본은 미국의 점령 하에 놓였으며, 맥아더 사령관 주도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개혁이 이루어졌다. 천황은 상징적 존재로 격하되었고, 1947년 새 헌법이 제정되어 일본은 입헌군주제를 기반으로 한 평화헌법 국가로 전환되었다. 특히 제9조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명시하여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설정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동시에 토지개혁, 교육개혁, 여성참정권 확대, 노동권 보장 등이 병행되었으며, 일본 사회는 빠르게 민주주의 체제를 정착시켰다. 전쟁 배상금과 식민지 상실, 산업기반 붕괴로 인해 일본 경제는 한때 침체를 겪었지만, 1950년대 한국전쟁 특수를 계기로 경제성장을 시작하였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은 ‘경제 대국’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자동차, 전자, 철강, 정밀기계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특히 ‘저축률이 높은 가계,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 정부 주도의 경제 계획’은 일본식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에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으며, 도쿄는 금융·문화·기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장기 불황(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일본은 구조적 개혁과 사회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다. 고령화, 저출산, 노동시장 경직성, 지방 소멸 등 다양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기술, 디자인, 문화 콘텐츠 등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은 평화헌법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G7, 유엔, 아세안 등 다양한 외교적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민당 중심의 정치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 부족, 사회적 양극화 등은 현대 일본이 직면한 문제로 지목된다. 일본의 근현대사는 막부 시대의 봉건 질서부터, 제국주의와 전쟁, 패전과 재건, 그리고 기술 강국으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격동과 변화를 반복해온 여정이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일본이 오늘날 어떤 국가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