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절대왕정의 붕괴 이후 혁명과 전쟁, 제국과 공화정을 반복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개념을 정립한 중심 국가로 거듭났다. 프랑스 대혁명에서 제5공화국에 이르는 정치적 격동은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절대왕정과 대혁명의 서막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루이 16세가 통치하는 절대왕정 국가였다. 하지만 이 시기 프랑스는 재정 파탄,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모순, 계몽사상의 확산 등으로 사회적 긴장이 극에 달해 있었다. 프랑스 사회는 귀족, 성직자, 평민의 삼계급으로 나뉘었으며,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한 제3신분(평민)은 거의 모든 세금을 부담해야 했고 정치적 권리는 배제되었다. 1789년 삼부회 소집과 함께 시작된 프랑스 혁명은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었다. 제3신분 대표들은 ‘국민의회’를 자처하며 헌법 제정을 선언하였고, 이는 절대왕정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이 되었다. 같은 해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은 혁명의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혁명은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회는 봉건적 특권 폐지,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발표, 교회 재산 국유화 등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였고, 입헌군주제를 거쳐 결국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공화정을 수립하였다. 이는 구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공화정의 반복과 나폴레옹 제국의 부상
프랑스 혁명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서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친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혁명 이후 프랑스는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확립하지 못했다. 혁명 정부는 로베스피에르의 공포 정치, 반혁명 세력 탄압, 경제 혼란 등을 겪으며 내부적으로 큰 불안을 낳았다. 1799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며 통령정부를 수립하였고, 1804년에는 황제로 즉위하며 프랑스 제1제국을 선언하였다. 그는 법전(나폴레옹 민법전), 중앙행정 체제, 교육 개혁 등을 통해 근대 국가의 틀을 마련하였으며, 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면서 ‘대륙 체제’를 구축하였다. 하지만 러시아 원정 실패와 연합군의 반격으로 제1제국은 붕괴되었고, 1815년 워털루 전투 패배 이후 나폴레옹은 유배되었다. 이후 왕정복고,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등 정치 체제가 급변하는 격동의 시대가 이어졌다. 1848년에는 프랑스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지만, 루이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다시 제2제국을 수립하였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패하면서 제2제국은 붕괴되었고, 이후 제3공화국이 탄생했다. 이 시기 프랑스는 알자스-로렌을 독일에 빼앗긴 충격을 겪었으며, 이후 대외 팽창 정책과 식민지 확장을 통해 국제적 지위를 회복하려 하였다. 제3공화국은 오랜 기간 유지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외교적 위기, 극단주의의 확산 등 불안 요소가 지속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제5공화국의 성립
20세기 들어 프랑스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국가의 존립과 정체성에 중대한 도전을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는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으며, 승전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과 파시즘의 확산 속에서 프랑스는 정치적 분열을 겪었고,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의해 파리 함락이라는 치욕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이후 프랑스는 비시 정권과 레지스탕스(저항운동)의 이중 구조를 갖게 되었으며, 샤를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는 전후 프랑스의 재건을 주도하였다. 전쟁 이후 수립된 제4공화국은 식민지 전쟁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단명하였고, 결국 드골은 1958년 제5공화국을 수립하면서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도입하였다. 제5공화국은 알제리 독립, 유럽통합 참여, 핵무장, 복지국가 확대 등을 통해 프랑스의 현대적 국가 체계를 정립하였다. 1968년에는 5월 혁명이라 불리는 대규모 학생-노동자 시위가 발생하며 민주주의와 사회적 권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미테랑, 시라크, 사르코지, 올랑드, 마크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이어졌으며,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로서, 또한 다문화 사회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인권, 자유, 평등의 가치를 세상에 알렸고, 수많은 정치적 격동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켜낸 나라이다. 오늘날에도 이 전통은 이어지며, 유럽과 세계 질서 속에서 중요한 정치·문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